대구에서 성남까지, 28주 된 쌍둥이를 품고 고속도로를 달린 그 4시간은 국가라는 시스템이 한 가정에 가한 고문이었다. 대구의 내로라하는 병원 7곳이 내뱉은 말은 한결같이 정갈했다. "전문의 없음", "병상 부족".
그놈의 '시스템'은 환자를 거절할 명분을 찾는 데만 유독 천재적이다. 구급차 안에서 50분을 허비하고, 결국 남편이 직접 운전대를 잡고 사투를 벌이는 동안 국가는 존재하지 않았다. 책임질 일은 요리조리 피해 가며 서류상 완벽한 거절 사유를 만들어내는 그 '전문성'에 박수라도 쳐줘야 할 판이다.
결과는 참담하다. 아이 하나는 세상을 보지도 못한 채 떠났고, 남은 아이는 뇌손상을 입었다. 한 가정이 무너진 자리 위로 '어쩔 수 없었다'는 면피용 변명들이 둥둥 떠다닌다. 저출생이 국가 소멸이라며 수십 조를 쏟아붓는 나라에서, 정작 세상에 나오려는 아이를 지킬 의사 한 명이 없어 길 위에서 죽어가는 이 지독한 역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의사가 정말 부족한 것인가, 아니면 책임지기 싫어 문을 걸어 잠근 비겁함이 넘쳐나는 것인가. 법적 책임을 피했다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을 그 차가운 병원 문틈 사이로 한 아이의 생명이 빠져나갔다.
비극을 통계로만 치부하는 이 사회의 무신경함이 소름 끼친다. 텅 빈 요람을 마주한 부모에게 '의료진의 한계' 운운하며 고상한 척을 하는 이 나라는, 참으로 징글징글하게 잔인하다. 나역시 두 아이의 아빠이기에 눈시울이 붉어질 뿐이다.